당뇨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혹은 체중 감량을 기대하며 당뇨약 복용을 시작하셨나요? 실제로 일부 당뇨약은 체중 감소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모든 당뇨약이 그런 것은 아니며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과 정도는 약의 종류와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대체 언제부터 살이 빠지는 걸까?”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당뇨약과 체중 감소의 관계, 그리고 그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당뇨약 복용 후 체중 감소, 핵심은 이것
- 모든 당뇨약이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며, 약의 종류에 따라 체중 유지, 증가 또는 감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당뇨약은 주로 SGLT-2 억제제와 GLP-1 유사체 계열이며, 복용 후 수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 체중 감소 효과는 약물의 작용 기전(식욕 억제, 포도당 배출 등)과 관련이 있으며,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당뇨약과 체중 변화의 비밀
당뇨약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일부 약물은 신체의 대사 과정에 영향을 주어 체중 변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은 체중을 늘리기도 하고, 어떤 약은 반대로 줄여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와 그에 따른 예상 체중 변화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당뇨약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당뇨약들은 혈당 강하 효과와 더불어 체중 감량이라는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두 가지 계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SGLT-2 억제제 (자디앙, 포시가, 슈글렛 등)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추는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포도당에 포함된 칼로리가 함께 배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보통 하루에 약 70g의 포도당(약 280kcal)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를 3개월 정도 복용했을 때 평균적으로 2~3kg 정도의 체중 감량이 보고되었습니다. 체중 감소 효과는 복용 초기 3~6개월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주로 체지방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입니다.
| 약물 계열 | 대표 성분명 | 주요 상품명 | 체중 감소 원리 |
|---|---|---|---|
| SGLT-2 억제제 | 엠파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 | 자디앙, 포시가, 슈글렛 |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칼로리 소모 유도 |
GLP-1 유사체 (삭센다, 트루리시티,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유사체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본래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약물입니다. 이 호르몬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혈당을 조절하고, 위장 운동을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며,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고 체중이 감소하게 됩니다. GLP-1 유사체는 그 효과가 뛰어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약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임상 연구에서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꾸준히 투여했을 때 평균 15%에서 많게는 20% 이상의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효과는 일반적으로 투여 시작 후 몇 주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용량을 점차 늘려가면서 수개월에 걸쳐 최대 효과에 도달합니다.
| 약물 계열 | 대표 성분명 | 주요 상품명 | 체중 감소 원리 |
|---|---|---|---|
| GLP-1 유사체 | 리라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터제파타이드 | 삭센다, 트루리시티,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 식욕 억제, 포만감 증가, 위 배출 속도 지연 |
체중 유지 또는 약간의 감소 효과가 있는 당뇨약
메트포르민 (다이아벡스, 글루코파지 등)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진단 시 가장 먼저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입니다. 간에서 포도당이 새로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혈당을 조절합니다. 메트포르민은 직접적인 체중 감량 효과보다는 체중을 유지하거나 약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식욕 부진이나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체중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한 장기간 추적 연구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그룹은 생활습관을 개선한 그룹보다 장기적으로 체중 감량 유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체중 감소 효과는 보통 2~3kg 정도로 크지 않으며, 복용 후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체중 변화에 거의 영향이 없는 약 (중립적)
DPP-4 억제제 (자누비아, 트라젠타 등)
DPP-4 억제제는 GLP-1 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DPP-4)의 작용을 억제하여, 우리 몸의 GLP-1 농도를 높여 혈당을 조절합니다. GLP-1 유사체처럼 외부에서 직접 투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중 감소 효과는 미미하며, 대부분 체중 변화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는 당뇨약
설포닐우레아 (아마릴, 글리메피리드 등) & 인슐린 주사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약물은 췌장을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를 직접적으로 촉진합니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켜 에너지로 사용하게 하는데,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하는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가 많아지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인슐린 주사 역시 직접적으로 인슐린을 보충하는 방식이므로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작용과 주의사항
당뇨약으로 인한 체중 감소는 긍정적인 효과일 수 있지만,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약의 종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다양합니다.
- SGLT-2 억제제: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면서 요로 감염이나 생식기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수분 배출이 많아져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합니다. 드물게는 정상 혈당 상태에서도 케톤산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GLP-1 유사체: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과 같은 위장 장애입니다. 대부분 약물 투여 초기에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 메트포르민: 복부 팽만감, 설사 등 위장 장애가 흔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가 없는 사람이 단순히 체중 감량만을 목적으로 당뇨약을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저혈당 쇼크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언제부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당뇨약 복용 후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는 약의 종류와 개인차에 따라 다릅니다.
- SGLT-2 억제제: 복용 후 비교적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수 주 내에 체중 변화를 체감할 수 있으며, 보통 3~6개월 사이에 가장 뚜렷한 감소 효과를 보입니다.
- GLP-1 유사체: 투여 시작 후 몇 주부터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며, 용량을 조절하면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체중이 감소합니다. 최대 효과에 도달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메트포르민: 체중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으며, 나타나더라도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중요한 것은 당뇨약은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체중 감소는 혈당 조절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효과일 수 있으며, 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혈당 관리와 체중 조절 모두에 가장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