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에 도약하는 말, 페라리 엠블럼이 박힌 차를 꿈꿔본 적 있으신가요? ‘라 누오바 돌체 비타(La Nuova Dolce Vita)’, 즉 ‘새로운 달콤한 인생’이라는 슬로건처럼 페라리 로마는 그 자체로 황홀한 꿈을 꾸게 합니다. 손흥민, 야옹이 작가, 정해인 등 유명인들의 차로도 알려지며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하지만 그 화려함에 이끌려 섣불리 계약서에 사인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열정만으로 페라리 오너가 되기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페라리 로마 구매 전 반드시 알아야 할 4가지
- 상상을 초월하는 유지비와 각종 세금 문제
- 일상 주행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GT카의 한계
- 아름답지만 복잡하고 직관성이 떨어지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 만만치 않은 감가상각과 기약 없는 출고 대기
억 소리 나는 가격표,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비용들
페라리 로마의 시작 가격은 3억 2천만 원대부터 형성되어 있습니다. 컨버터블 모델인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는 약 3억 7,500만 원부터 시작하죠.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시작’일 뿐입니다. 페라리의 진정한 가격은 수많은 옵션 선택을 거쳐 완성됩니다. 로쏘 코르사(Rosso Corsa) 같은 상징적인 색상부터 카본 파이버 파츠, 실내 가죽 색상인 사비아(Sabbia)나 크레마(Crema)까지, 원하는 대로 차를 꾸미다 보면 차량 가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소위 ‘풀옵션’에 가까워질수록 차량 가격은 5억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합니다.
차량 구매 비용이 전부가 아닙니다. 진짜 현실적인 문제는 유지비에서 시작됩니다. 슈퍼카의 보험료는 30대 무사고 경력자 기준으로도 연간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 3,000만 원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V8 트윈터보 F154 엔진이 뿜어내는 620마력의 강력한 성능은 짜릿하지만, 리터당 7.4km 수준의 낮은 공인 연비는 엄청난 유류비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시내 주행이 잦다면 연비는 3km/L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 그리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피렐리 P 제로(Pirelli P Zero) 같은 고가의 타이어와 브렘보 브레이크 패드 비용까지 고려하면 ‘억’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페라리 로마 예상 연간 유지비
| 항목 | 예상 비용 (연간) | 비고 |
|---|---|---|
| 보험료 | 1,000만 원 ~ 3,000만 원 | 운전자 연령 및 사고 이력에 따라 상이 |
| 유류비 | 약 800만 원 ~ | 연간 15,000km 주행, 고급유 기준 |
| 자동차세 | 약 100만 원 | 3,855cc 기준 |
| 정기 점검 및 소모품 | 수백만 원 ~ | 엔진 오일,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등 |
매일 탈 수 있는 GT카? 현실은 녹록지 않다
페라리 로마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GT)’를 표방합니다. 장거리 여행을 편안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죠. 실제로 경쟁 모델로 꼽히는 애스턴 마틴 DB12나 벤틀리 컨티넨탈 GT와 비교하면 훨씬 더 스포티한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8단 DCT 변속기는 일상 주행에서 놀랍도록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고, 승차감 또한 다른 페라리 모델에 비해 편안하게 설정되어 과속방지턱도 큰 부담 없이 넘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데일리카로의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GT카라는 포지셔닝이 모든 불편함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2+2 시트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뒷좌석은 성인이 탑승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공간으로,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트렁크 용량 역시 272리터로 간단한 짐을 싣기에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소프트톱을 장착한 로마 스파이더의 경우, 지붕을 열면 수납공간은 더욱 협소해집니다. 또한 아무리 승차감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근본은 슈퍼카입니다. 딱딱한 섀시와 노면 소음은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는 강력한 출력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코너링과 핸들링 성능은 탁월하지만, 매일의 출퇴근길이 서킷이 아닌 이상 그 성능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의 함정, 디지털 콕핏의 배신
페라리 로마의 인테리어는 ‘듀얼 콕핏’ 디자인을 기반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을 완벽히 분리해 독특하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세로형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티어링 휠에 집중된 터치식 버튼들은 미니멀리즘 스타일링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페라리는 이러한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HMI(Human-Machine Interface)라고 부르며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첨단 기술이 때로는 운전자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시동 버튼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능이 물리 버튼이 아닌 터치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직관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주행 중 방향지시등이나 와이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조작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의 작은 터치패드를 더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안전운전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반응 속도나 무선 카플레이 연결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시승기 평가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마네티노(Manettino)’ 다이얼은 여전히 물리적인 형태로 남아있어 페라리 고유의 감성을 전달하지만, 전반적인 조작 편의성은 구매 전 반드시 직접 체험해봐야 할 단점 중 하나입니다.
기다림의 미학, 그리고 하락하는 가치
페라리 로마를 계약한다고 해서 바로 차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식 딜러인 FMK를 통해 주문하더라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의 긴 출고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원하는 옵션과 색상 조합을 선택할수록 대기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漫長한 기다림은 페라리 오너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과도 같습니다.
또한 ‘페라리는 감가상각이 없다’는 말은 한정판 모델에나 해당하는 신화에 가깝습니다. 로마와 같은 양산 모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포르쉐 911 터보 같은 일부 경쟁 모델에 비하면 감가 방어율이 높은 편이지만, 수억 원에 달하는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빠른 출고를 위해 인증 중고차나 일반 중고 매물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신차에 준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거나, 원하는 옵션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신차급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에서 판금 및 재도색 흔적이 발견되어 논란이 되기도 하는 등, 중고차 구매 시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